ㅇ광양시, 기록과 보존의 가치 찾아 걷는 인문여행 제안 광양시가 역사와 문학, 사진으로 시대를 기록하고 기억을 지켜온 인물들의 삶을 따라 ‘기록과 보존의 가치’를 만나는 특별한 인문여행을 제안한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고, 기록은 다시 한 시대의 역사가 된다.
광양에는 망국의 현실을 붓으로 기록한 매천 황현, 한 시인의 언어를 지켜낸 백영 정병욱, 격동의 현대사를 사진으로 증언한 백암 이경모가 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세 인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의 흔적을 남기고 지켜냈다.
이들이 남긴 기록과 보존의 유산은 오늘의 광양을 자연과 산업의 도시를 넘어 기억과 성찰이 살아 숨 쉬는 인문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망국의 현실을 붓으로 기록한 매천 황현 구한말의 역사가이자 문장가인 매천 황현(1855~1910)은 광양 백운산 자락에서 태어나 시대의 실상을 치열하게 기록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문장력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평생 2,500여 수의 시를 남겼다. 1883년 별시 문과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신분과 지역적 한계로 뜻을 펼치지 못하자 벼슬길을 접고 낙향해 시문 창작과 역사 기록에 몰두했다.
대표 저술인『매천야록』은 1864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 말기의 정치·사회상을 담아낸 역사 기록물로, 위정자의 부패와 외세의 침략, 국권 상실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귀중한 사료다.『오하기문』과 함께 구한말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물로 평가받는다. 1910년 경술국치 직후에는 네 편의 절명시를 남기고 순국했다.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구나”라는 구절에는 나라를 잃은 비통과 지식인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책무와 인간적 고뇌가 담겨 있다.
광양의 매천황현생가와 매천역사공원은 그의 삶과 정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록이 개인의 흔적을 넘어 시대의 기억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교육의 장이다. 한 시인의 언어를 지켜낸 국문학자, 백영 정병욱 국문학자 백영 정병욱(1922~1982)은 한국 고전문학 연구의 토대를 세운 학자이자 윤동주의 유고를 지켜낸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고전시가와 고전소설, 설화, 판소리, 한문학, 서지학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하며 한국문학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고, 『한국고전시가론』, 『한국고전소설론』 등 한국 고전문학 연구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연희전문 시절 윤동주와 깊은 우정을 나눴던 정병욱은 학도병으로 끌려가기 전 윤동주의 친필 시고를 광양 망덕포구의 어머니에게 맡겼다.
그의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시고를 마룻바닥 아래 항아리에 숨겨 끝까지 보존했고, 이는 광복 이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 발간으로 이어졌다.
정병욱은 윤동주의 시 「흰 그림자」에서 따온 ‘백영(白影)’을 자신의 호로 삼으며 벗에 대한 우정과 문학적 인연을 평생 간직했다.
광양 망덕포구의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은 한 시인의 언어와 정신을 지켜낸 우정과 헌신, 그리고 기록을 미래로 이어낸 보존의 가치를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사진으로 시대를 기록한 백암 이경모 광양 출신 사진작가 백암 이경모(1926~2001)는 한국 기록사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카메라를 통해 역사적 사건과 사람들의 삶, 사라져가는 문화와 풍경을 기록하며 시대의 기억을 남겼다.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사건 현장과 피란민, 민간인의 모습을 기록한 그는 이후 정부 수립과정과 6·25전쟁, 전후 복구 과정 등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사진으로 증언했다.
그의 시선은 역사적 사건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라져가는 문화재와 전통, 고향의 풍경,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까지 카메라에 담으며 우리 사회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보존했다.
이경모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시대의 기억과 문화적 가치를 담아낸 중요한 역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이경모 탄생 100주년이다.
광양시는 이를 기념해 오는 8월 1일부터 31일까지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사진전 ‘이경모의 시선-사라짐 앞에서, 사진으로 남기다’를 개최한다.
전시는 기록사진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보존의 가치를 되새기고 한국 현대사를 생생하게 만나는 특별한 인문여행의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광양예술창고에 조성된 이경모 사진 아카이브에서는 작가가 남긴 기록사진과 카메라 등을 상시 만나볼 수 있어,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현주 관광과장은 “광양은 백운산과 섬진강, 망덕포구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산업도시의 역동성을 함께 품은 도시”라며 “여기에 매천 황현, 백영 정병욱, 백암 이경모가 남긴 기록과 보존의 유산이 더해져 깊이 있는 인문여행의 가치를 완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역사와 문학, 사진이 전하는 울림 속에서 광양이 간직한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